법문사(法门寺) - 6. 유리 기물

고고학적 발굴 자료에 따르면 기원전 16세기 또는 15세기경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최초의 유리 제품이 등장한 것으로 확인되며, 이보다 약간 늦게 이집트에서도 생산이 시작되었습니다. 로마 제국 시기 유리 산업은 크게 번성하여 차례로 취제법(吹制法.블로잉 공법), 각화유리(刻花玻璃.커트 글라스), 채색화유리(套色花玻璃.컬러 오버레이 유리) 등의 기술이 개발되었습니다.

 

8 ~ 9세기 이후 14세기까지 이슬람의 유리 공예는 융성기를 맞이하였습니다. 중국은 늦어도 전국(战国)시기에 유리를 제조할수 있었으며 한나라시대에 상당한 발전을 이루었으나 성숙단계에는 이르지 못했고 서방 국가에서 생산된 유리제품에 대한 기록과 찬사가 많았습니다.

 

법문사의 청색 선각문(線刻紋) 유리접시들은 모두 진한 청색의 투명 유리로 제작되었으며, 접시 바닥면에 각기 다른 문양이 새겨져 있습니다. 장식 문양은 모두 실물을 소재로 삼았으나 매우 생동감 넘치게 표현되었습니다. '각문(刻紋)'이라 명칭을 구분한 것은 '각화(刻花)' 공법과의 차이를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각문은 유리보다 단단한 뾰족한 재료(일반적으로 다이아몬드로 추정)로 성형·냉각된 유리 표면에 얕게 외줄무늬를 새긴것을 말하고 반면 각화는 다양한 규격의 회전 숫돌로 유리 표면을 절삭하고 연마하여 문양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다만 두 기법 모두 냉간 가공(冷加工) 장식 공정에 속합니다.

 

이 유리접시들은 식물의 잎, 줄기, 꽃을 주제로 한 각문 장식이 특징입니다. 유려한 선 처리와 아름다운 문양 배치가 두드러집니다. 각문 유리 공예는 이슬람 장인들이 로마 제국으로부터 계승한 기술 중 하나로, 이슬람 초기에는 유행했으나 이와 같이 완전한 형태로 보존된 사례는 극히 드뭅니다.

 

이 청색 각문 유리접시를 비롯한 유리기물들의 출토는 중서문화 교류 연구와 세계 유리 발전사 연구에 귀중한 실물 자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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