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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안 먹거리

중국 시안, 장안(长安)의 맛집 제16탄 - 시안 노포 3편

by 시안 동행 2026. 7. 5.


봄바람이 다시금 장안성을 푸르게 물들이자, 제철 음식에 대한 미각의 기대감도 함께 깨어납니다. 중국 서안 사람들은 "제철 음식을 먹어야 한다(不时不食)"는 오랜 지혜를 몸소 실천해왔습니다. 그들은 봄의 정취를 냉이 특유의 싱그러운 향기에 숨겨두고, 향춘(香椿.참죽)의 진한 풍미에 버무려냈으며,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국물 요리에 고스란히 녹여냈습니다.

 

오늘은 함께 네 곳의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노포(老字号)를 방문하여 가장 정통 '봄의 제철 맛'을 만나보고, 셰프들이 봄 내음 가득한 풍미를 어떻게 그릇에 담아내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더파창(德发长) – 만두 하나에 담긴 계절의 온기

 

만두 하나마다 저마다의 독특한 형태를 지니고 있으며, 백 가지 만두에는 백 가지의 다양한 속과 맛이 담겨 있습니다. 1936년에 창업한 더파창은 정성스레 빚은 만두 한 접시 한 접시를 통해 계절의 맛과 가족의 화목에 관한 따뜻한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봄날이면 더파창에서 제철 별미인 '냉이 만두(荠菜饺子)'를 꼭 맛보셔야 합니다. 이른 봄에 돋아난 냉이는 아직 맑고 촉촉한 이슬을 머금고 있습니다. 이를 비계와 살코기가 적절히 어우러진 돼지고기와 함께 얇고 쫄깃한 만두피에 정성껏 감쌉니다. 만두를 살짝 한 입 베무는 순간, 봄날에만 느낄 수 있는 그 싱그러운 풍미가 입안 가득 생생하게 퍼져 나갑니다.

 

 

2. 서안판좡(西安饭庄) – 섬서 요리의 정수

 

1929년에 문을 연 서안판좡은 '섬서 요리의 정통(陕菜正宗)'이라는 명성을 지니며, 수많은 서안 현지인들의 마음속에 대체 불가능한 미각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습니다. 지난 100여 년 동안 이곳은 한 접시 한 접시의 섬서 요리를 통해 고도(古都) 서안의 사계절 변화를 고스란히 기록해 왔습니다.

 

서안판좡의 셰프들은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봄의 맛'을 식재료 하나하나에 정성스레 스며들게 합니다.

 

죽순 완자(春笋狮子头): 봄철 연한 죽순을 곱게 다져 돼지 삼겹살과 버무린 후, 손바닥에서 동그랗고 부드럽게 빚어낸 요리입니다. 신선하고 부드러우며 촉촉한 식감에 봄의 산뜻함이 가득 묻어납니다.

 

향춘 두부(香椿豆腐): 향춘 특유의 진한 향과 두부의 맑고 담백한 맛이 입안에서 완벽한 조화를 이룹니다. 마치 온 산과 들판의 싱그러운 봄기운을 한입에 머금은 듯한 느낌을 선사합니다. 이 외에도 서안판좡에는 식객의 방문을 기다리는 더욱 다양한 '봄날의 별미'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3. 통성샹(同盛祥) – 따뜻한 국물에 담긴 봄맞이 의식

 

봄을 맞이하는 특별한 마음은 때로 뜨겁게 김이 모락모락 나는 '파오뭐(泡馍)' 한 그릇에 담기곤 합니다. 1920년에 창립된 통성샹은 10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재료는 푸짐하고 맛은 깊은 '소고기·양고기 파오뭐(牛羊肉泡馍)'를 통해 고도의 사계절 변화를 지켜봐 왔습니다.

 

봄날의 포근한 햇살이 가게 안으로 스며들면, 맑고 시원한 '수이펀 양고기(水盆羊肉)'가 단연 돋보이는 제철 메뉴가 됩니다. 양고기는 살이 연하고 누린내가 전혀 없으며, 오랜 시간 정성껏 우려낸 국물은 맑고 투명하며 고소한 빛깔을 띱니다.

 

달콤한 마늘 절임, 얼큰한 고추 양념, 향긋한 고수를 곁들이고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월아빵(月牙饼)과 함께 즐기면 그 맛이 일품입니다. 빵을 다 먹은 후 정성껏 우려낸 진한 육수(高汤)를 한 그릇 마시면 입안 가득 은은한 감칠맛이 남아 온몸이 편안해지는 기분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4. 춘파성(春发生) – 시적 정취를 간직한 백년 노포의 풍미

 

'춘파성'이라는 이름은 시성(诗圣)으로 추앙받는 두보(杜甫)의 명시 〈춘야희우(春夜喜雨)〉에 나오는 "좋은 비는 때를 알아, 봄이 되어 내리네구나(好雨知时节, 当春乃发生)"라는 아름다운 구절에서 유래했습니다. 1920년에 처음 문을 연 이 노포는 그 이름 자체부터 봄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춘파성에서 '봄'을 맛본다는 것은 바로 이곳의 대표 메뉴인 '후루터우(葫芦头.돼지 창자)'를 즐기는 것을 의미합니다. 퉈퉈뭐(饦饦馍) 뜯기, 돼지 창자 세척, 육수 우리기, 뜨거운 육수 부어 익히기 등 정성이 담긴 여러 과정을 거칩니다. 퉈퉈뭐 색이 노릇노릇하고 식감이 쫄깃하며, 13단계에 걸친 정밀한 세척 과정을 거친 곱창은 투명하게 윤이 나면서도 비린내나 잡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요리사는 뽀얗고 진하게 우러난 뜨거운 국물을 준비된 퉈퉈뭐 위에 반복해서 부어, 퉈퉈뭐 하나하나에 국물의 진한 감칠맛이 깊이 배어들게 합니다. 젓가락으로 퉈퉈뭐를 집어 입에 넣는 순간, 백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어져 온 깊고 진한 풍미가 혀끝에서 사르르 녹아내립니다.

 

이렇게 백 년이 훌쩍 넘는 시간을 견뎌온 네 곳의 노포들은 저마다의 '특기'를 유감없이 발휘하여 봄을 천 가지 만 가지 다채로운 맛으로 훌륭히 요리해냈습니다. 결국 서안 사람들이 음미하는 것은 단순한 봄이라는 계절 자체가 아니라, 자연이 선사하는 소중한 제철 선물과 그 선물을 대대로 이어온 장인 정신의 숭고한 가치입니다.

 

삶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 짧고도 소중한 봄날의 정취를 음식을 통해 온전히 만끽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아름다운 계절을 가장 값지게 보내는 방법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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