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문사(法门寺) - 1. 법문사 개황 (下)

북주멸불과 법문사

 

 

역사 기록에 따르면 법문사(法门寺) 보탑(宝塔)은 늦어도 서기 555년 이전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북주(北周) 무제(武帝) 시기에는 중국 역사상 두 번째 불교 탄압인 '무제 멸불(武帝滅佛)'이 발생하여 법문사도 심각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 사건은 표면적으로 불교와 도교의 대립으로 설명되나, 실질적으로는 북주 정권의 중앙집권화 정책과 선비족-한족 갈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습니다. 특히 사원 경제의 과도한 팽창이 국가 재정을 위협하며 통치 기반을 약화시킨 것이 결정적 요인으로 분석됩니다.

 

송나라시대의 법문사는 비록 당나라 전성기의 번창함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여전히 당나라 황실사원의 웅장한 기세를 이어갔습니다. '부풍현지(扶风县志)'에 기록된 송 휘종(宋徽宗)의 "황제불국(皇帝佛国)" 친필 편액 하사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여전히 황실의 지원을 받으며 존속했습니다.

 

명나라때 이르러 법문사는 이미 과거의 번영한 모습을 잃었으나 ‘중수법문사대승전기(重修法门寺大乘殿记)'의 비문을 통해 당시에도 법문사는 여전히 24개 원(院)의 규모를 유지하고 있던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472년 이후 대종(大钟)이 주조되었는데 '법문효종(法门晓钟)'이 '부풍8경(扶风八景)'중 하나로 꼽혔습니다.

 

 

명나라 보탑 재건과 삼교융합의 상징

 

 

1569년, 이미 수백 년 역사의 당나라 4층 목탑이 붕괴되었고, 1579년 원 터에 새 보탑을 재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재건 사업은 지역 주민들의 모금으로 진행되었으나, 공사 규모가 방대하고 연이은 흉년으로 재정난이 생겨서 극심한 난항을 겪었습니다. 1987년 잔해 탑을 해체할 당시 발견된 명나라 벽돌에는 '탑에 쌀과 밀가루가 부족하다(塔上缺米面)'는 글귀와 '법문사 벽돌탑 수리 중, 1층에 벽돌과 회반죽이 부족하니 열방의 신도들이 각자 자금을 기부해 성스러운 사업을 완수하길(法门寺修砖塔，头层缺少砖灰，告白十方居士，各舍资财，共成圣事)" 등의 글들이 새겨져 있었고 이는 당시 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생생히 증언하고 있습니다. 관아의 지원으로 공사는 1609년에야 완료되었으며 총 30년에 걸쳐 건설된 13층 팔각 벽돌탑은 높이가 47m에 달했습니다.

 

탑 정문 상단 네 면에는 '진신보탑(真身宝塔)' (남쪽), '부도요일(浮屠耀日)' (동쪽), '사리비하(舍利飞霞)' (서쪽), '미양중진(美阳重镇)' (북쪽) 등 글자가 새겨졌습니다. 보탑 2층 8면에는 『주역(周易)』의 사상을 반영한 건(乾), 감(坎), 간(艮), 진(震), 손(巽), 리(离), 곤(坤), 태(兌)라는 팔괘자가 세겨져있으며 2층 이상 매층 8개의 문틀에 총 88존의 불상이 안치되었습니다. 평탄한 주원(周原) 대지 위에 우뚝 선 이 탑은 팔방으로 뻗은 위엄과 함께 마치 땅에서 솟아난 듯한 장관을 연출했습니다. 명나라시대 탑은 유교·도교 사상을 흡수한 '삼교합일(三敎合一)'의 물적 상징이자 불교 중국화의 결정체였습니다.

 

청나라 자연재해와 구조적 훼손

 

 

청나라때(清代) 정부는 법문사를 부분적으로 보수했으나 진신보탑의 잠재적 위험을 방치했습니다. 1654년 감숙(甘肅) 천수(天水) 대지진이 200km 떨어진 부풍(扶风)까지 강타하며 탑신이 남서쪽으로 기울면서 균열이 생겼고 서남쪽 탑기(塔基)가 1m 넘게 내려앉았으며 탑체의 중심이 2m나 빗나가 탑 위의 작은 불감(佛龛)안에 있는 불상들이 잇달아 지면에 떨어지는 등의 구조적 손상을 입었습니다. 이 큰 충격은 보탑이 300여년 후에 무너지게 하는 잠재적인 위험을 남겨주었습니다.

 

1976년 쓰촨(四川) 송판(松潘) 지진 여파로 균열이 확대되었으며 1981년 8월 24일, 명나라 만력(万历) 연간에 건축된 벽돌탑은 400년 간의 풍상을 견디다 폭우로 기반이 침하되여 반쪽이 무너지고 나머지 반만 우뚝 서 있어서 한때 기이한 경관으로 되었습니다.

 

20세기 고고학적 기적과 세계적 영향

 

 

1987년 탑 기반 정리 과정에서 당나라시대 지궁(地宫)이 발견되었으며 4점의 불지사리(佛指舍利)와 2000여 점의 당나라 황실 보물이 출토되어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이 유물들은 양적·종류적·등급적 측면에서 반파(半坡) 유적과 진시황릉 병마용갱에 버금가는 20세기 중국 최대 고고학적 성과로 평가받으며 정치사·문화사·종교사·과학사·미술사·중외교류사 연구에 귀중한 학술적 가치를 지닌 세계문화사적 사건으로 기록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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