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문사(法门寺) - 2. 당나라시기의 불사리 영송 (下)

불사리(佛舍利) 영봉(迎奉) 행사는 인적·물적·재정적 낭비를 초래하여 국가 경제를 훼손했을 뿐만 아니라 백성들의 부역 부담을 가중시켰습니다. 이러한 광적인 불사리 영봉에 맞서 당시 형부시랑(刑部侍郞) 한유(韩愈)는 '논불골표(论佛骨表)'를 지어 충격적 사실과 날카로운 논리로 불사리 영봉을 격렬히 비판하며 헌종(宪宗)의 행사를 막고자 했습니다.

 

 

분노한 헌종은 한유에게 극형을 내리려 했으나 신하들의 만류로 겨우 목숨을 건져 조주(潮州)로 유배되었습니다. 죽음을 모면한 한유는 즉시 장안을 떠나 남하하던 중 눈발이 휘날리는 남전관(蓝田关)에서 “아침에 상소문을 올리니 저녁엔 조천으로 팔천 리 좌천되었네/폐단을 바로잡으려니 늙은 몸 아끼지 않으리/운무 걸린 진령산(秦岭)산 내 집은 어디인가?/눈 덮인 남관(蓝关)에 말이 나아가지 못하네/네가 먼 길 왔으니 뜻이 있으리니 장강 가에서 내 유해 잘 수습하여 주었으면 하네(一封朝奏九重天，夕贬潮州路八千。欲为圣明除弊事，肯将衰朽惜残年！云横秦岭家何在？雪拥蓝关马不前。知汝远来应有意，好收吾骨瘴江边)”라는 절망의 시를 남겼습니다. 이 시는 한유의 비장함이 고스란히 담긴 명작으로 전해집니다.

 

 

당의종(唐懿宗) 시대에 이르러 번진(藩镇) 세력이 다시 확대되고 재난이 잇따르자 당나라 제국은 쇠퇴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의종은 병마에 시달리며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닫고 계급 모순을 완화하며 정국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정사를 소홀히 하고 불사(佛事)에 전념하게 되었으며 873년 3월 중앙관리·고승·승관(僧官)·지방관 등으로 구성된 ‘불사리 영봉 사절단’을 조직하였는 데 이는 단순 불교 법회가 아닌 국가적 제전(祭典)으로 기획되었음을 보여줍니다.

 

 

법문사(法门寺)에서 장안(长安)까지 300리 구간에는 수레와 말이 밤낮없이 이어졌으며 4월 8일 불사리가 도착하자 어린군(御林军)의 호위 아래 수십 리 장장한 행렬이 펼쳐졌습니다. 의종은 안복문(安福门)에서 눈물을 흘리며 불지사리(佛指舍利)를 맞이했고 재상 이하 관료들은 막대한 공양품을 바쳤으며 극단적 신도들은 팔을 자르고 머리를 태우며 경의를 표했습니다. 불사리는 궁중 3일 간 봉안된 후 안국사(安國寺)·숭화사(崇化寺)로 옮겨졌습니다.

 

 

같은 해 7월, 아직 사리를 반환하지 못한 채 의종이 붕어(崩御)하였고 희종(僖宗)이 즉위했습니다. 12월 19일 희종은 사리를 법문사로 환송하라는 조서를 내렸는데, 환송 규모는 영봉 행사의 10분의 1~2에 불과했으며 874년 법문사 지궁(地宮)을 봉인하라는 명을 내렸습니다.

 

이번 불사리 영봉행사는 10개월 간 두 황제를 거치며 당나라 황실 불교 숭배의 마지막 절정이자 중국 고대사에서 법문사 불사리가 공개된 마지막 기록입니다. 이번 불사리 영봉은 최대 규모의 사치를 낳았으며 황제의 하사품 규모가 경악할 만큼 컸고 황후와 공주들까지 앞다퉈 공양품을 바쳤습니다. 법문사 지궁에서 출토된 '의물비(衣物帐碑)'에는 관련 물품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법문사의 불지사리와 당나라 황실이 헌납한 수천 점의 진귀한 보물들은 지하에 묻힌 채 천여 년 동안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무거운 석문(石門)이 지궁을 봉인함과 동시에 당나라 역대 황제들의 불사리 영봉 역사에도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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