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문사(法门寺) - 2. 당나라시기의 불사리 영송 (上)

당나라는 중국 봉건사회의 절정기이자 불교의 황금기였으며 중국은 이미 불교의 제2 고향이 되었습니다. 이 시기 법문사(法门寺)는 궁중사원, 국가사원, 유명사찰의 삼중 위상을 갖췄는데, 이러한 역사적 지위는 하루아침에 형성된 것이 아닙니다.

 

당나라 19명 황제 중 무종(武宗) 이염(李炎)을 제외하고 모두 예외 없이 불법을 신봉했으며, 그 열성과 방식은 달랐지만 모두 법문사에서 불지사리(佛指舍利.부처님 손가락 사리)를 공양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삼았습니다. 개국 황제 이연(李渊)이 법문사라는 이름을 하사한 후, 태종(太宗) 이세민(李世民)부터 시작해 당나라 황실은 총 7차례에 걸쳐 불사리를 영송(迎送)하는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서기 631년, 기주(岐州) 자사(刺史) 장덕량(张德亮)이 법문사 중수와 사리 공개를 청했습니다. 당 태종은 이를 허락하고 2월 15일 탑 기단을 열어 사리를 꺼내 현지에서 예배하게 했습니다. 이 소식에 당시 수도 장안(长安)이 들끓었으며 매일 수천 명이 법문사를 찾아 불사를 참배했습니다. 이번 사리 공개는 수도로 영접하지는 않았지만 당나라 황실의 불사리 영송이라는 장대한 불사 행사의 서막을 열었습니다.

 

당 태종의 이번 조치는 이후 30년마다 한 번씩 사리탑을 개방하는 관례로 정착되었고 후대 황제들의 불교 숭상에 선례를 남겼으며 당나라 왕조의 삼교(유교·불교·도교) 융합 정책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법문사 불지사리는 30년마다 공개하면 풍년이 들고 국태민안(国泰民安)해진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당 황실과 법문사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었으며 불지사리 공양은 거의 불자들의 유행이 되었습니다. 이후 고종(高宗), 측천무후(武则天), 중종(中宗), 숙종(肃宗), 덕종(德宗), 헌종(宪宗), 의종(懿宗), 희종(僖宗)이 차례로 불사리를 영송했으며 이중 헌종과 의종 시기의 행사가 가장 화려하기로 유명했습니다.

 

당 헌종 이순(李纯)은 ‘현명한 계획과 단호한 결단(睿谋英断)’으로 평가받는 유능한 황제였습니다. 즉위 후 덕종(德宗)의 방임 정책을 뒤집고 번진(藩鎭) 세력 숙청을 단행했습니다. 위 10여 년 간 주요 번진들을 차례로 제압하며 ‘중흥(中兴)’을 이뤄내고 정국을 안정시켰습니다. 그는 전국의 고승(高僧)들을 수도 장안으로 불러 불법을 선양하게 했으며 업적을 과시하고 태평성대를 꾸미며 장수 기원을 위해 기존 관례에 따라 법문사 사리 영봉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서기 819년 정월, 헌종은 중사(中使) 두영기(杜英奇)에게 궁중 수행원 30여 명을 이끌고 향화(香花)를 준비케 법문사로 파견해 불사리를 영접하도록 했습니다. 사리가 수도 장안으로 들어오자 헌종은 친히 안복문(安福门) 앞에 나아가 공식적으로 예배를 올렸습니다. 이 모습은 수도를 뒤흔들었고 백성들은 이소식을 서로 알리며 상층부 모방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리가 궁중에서 3일간 공양된 후 수도 내 주요 사찰로 옮겨졌으며 왕공귀족부터 서민에 이르기까지 공물 바치기에 앞다투었습니다. 일부 백성은 생업을 포기하고 재산을 탕진하거나 심지어 머리를 태우고 팔에 불을 지지는 등 극단적인 행위로까지 이어졌으며 장안 전역에 불교 숭배 열풍이 거세게 휘몰아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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